교통문화의 선진국, 싱가포르의 비결

출·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 내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으로 불편하고 불쾌했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특히 서울지하철을 이용하시는 분들께서는 ‘콩나물 지하철’, ‘지옥철’ 등의 말에 크게 공감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천 여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가장 서러울 때는 언제인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출퇴근 지하철 속, 이리 밀치고 저리 밀쳐도 1시간 이상 꿋꿋이 버티고 서갈 때’가 65.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이용자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하여 통근하는 운행자들도 교통 정체로 인해 불만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 인데요.

교통혼잡문제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와 개인의 일의 능률, 더 나아가 기업의 생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도있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침시간 지하철 운행 간격을 더 늘리겠다는 것 외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교통문화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교통혼잡이 거의 없는 나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싱가포르를 방문하여 버스나 택시를 타고 돌아다녀보면 출퇴근 시간임에도 교통의 흐름이 상당히 양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제한된 국토 내에서 대중교통 이용자의 편리성 향상과 교통의 원활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도로교통 전반의 서비스를 관리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교통정책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와 차별화되는 싱가포르의 주요 교통 정책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자동차등록증(COE)

먼저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차량등록증(COE: Certificates of Entitlement)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2배나 되는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차량은 비교적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이 COE 때문인데요.

COE는 싱가포르 내 자동차 대수를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시행된 차량쿼터제도입니다. 싱가포르인들은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서 반드시 COE도 함께 구입해야 합니다. COE의 평균가격은 50,000달러 수준으로 소형차의 가격과 웃도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싱가폴에서는 돈이 있어도 차량을 쉽게 구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2. 혼잡통행료(ERP)

ERP(Electronic Road Pricing)은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제도입니다. 싱가포르에는 현재까지 68개의 ERP구간이 설치되어있고 지역과 시간대별로 교통혼잡정도에 따라 차등 요금을 지불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포함한 싱가포르의 모든 차량은 차량의 고유정보가 내장되어있는 IU(In-Vehicle Unit)라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기 때문에 모든 차량은 ERP를 지날 때 자동으로 요금을 납부하게 됩니다.

3. 대중 교통이용 지원

COE와 ERP라는 규제 시스템이 쾌적한 도로를 만드는 데에 오랜기간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싱가폴 정부의 대중 교통 여건을 개선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싱가포르는 정확한 버스 배차 간격 시행과 크고 편리한 신형 버스 도입, 그리고 MRT선로 확장과 운행시간 증가 등 다양한 대중교통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정책은 아침 시간대 무료 MRT운행이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올해 6월부터 이른 아침에 지하철을 타는 사람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이른바 ‘무료지하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근 피크시간 전인 평일 오전 7시45분 이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통근자는 무료로, 오전 7시45분부터 오전 8시까지는 50센트를 할인한 가격에 각각 탑승할 수 있습니다.

1년 동안 시범 운영되는 이 정책은 통근자들이 출근 피크시간 이전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 완화와 출근 시간을 분산시켜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참신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들 싱가포르를 법의 통제가 엄격한 나라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도 싱가폴의 성공요인은 법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싱가폴에 가서 느꼈던 것은 싱가폴에는 법을 통한 규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싱가폴 정부는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납득시킬 수 있는 보완 정책들을 철저하게 준비하여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입장을 잘 헤아린 보완 정책의 시행은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더불어 시민들은 정부의 뜻을 이해하고 준수하며 공공의 선을 추구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정책의 경우, 싱가폴 정부가 단지 자동차 소유와 도로교통통행만을 규제하였다면 시민들의 수긍과 지속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싱가폴 정부는 대중교통 전반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선시켜 시민들이 자동차 없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조치하였습니다.

결국, 칭찬받는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비결은 한 발 앞서 움직이는 혁신적인 정부정책, 국민의 입장을 고려한 잘 짜여진 정책시행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편리한 교통 호환시스템으로 몇몇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자동차 수요급증에 따른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더구나,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불만도 뉴스와 기사를 통해 거의 매일 접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교통정책은 우리에게 교통혼잡을 완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규제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현명하고 잘 짜여진 지원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시사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