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건설이 오히려…교통체증 유발?

자가용을 몰든 영업용 택시를 타든 도로에 나오면 누구나 하는 불평이 있다. “도대체 좁은 땅 덩어리에 차들은 왜 이렇게 많아 갖고 이 난리야!” 도심 혼잡구간에 들어서면 그 불평은 더 심해진다. “바쁠 땐 시간 있는 사람은 좀 돌아가면 안 되나?” 결론은 대개 나라 탓으로 돌려진다. “세금은 꼬박꼬박 거두면서 정부는 도로 더 만들지 않고 무얼 하는지 몰라!”

그런데 그 불평 몇 마디가 바로 누워서 침 뱉기란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도로가 막히고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 KAIST 물리학과 및 바이오융합연구소 정하웅(鄭夏雄, 40) 교수와 공동연구자인 KAIST 물리학과 윤혜진 학생은 이와 관련해 재밌는 연구 논문을 냈다. 이 논문은 지난 18일 권위 있는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에 실리면서 공개됐다.

싸이월드 일촌관계, 18대 국회의원들의 인맥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연결망 네트워크, 세포내의 신진대사망,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신경회로망, Internet/WWW 등의 복잡계 및 통계물리를 연구하는 정 교수 연구팀은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를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는 도로교통망에도 적용시켜 보았다.

“최근에 네트워크 위의 동역학 연구를 하던 차에 주어진 도로망에서 교통량을 시뮬레이션하는 ‘트래픽 시뮬레이션(traffic simulation)’ 분야가 교통과 사람들의 합리성을 게임이론으로 접목시킨 도로망의 효율성에 관한 부분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이론으로만 보인 결과들을 실제 도로망 위에서 구현,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물리학의 연구에 경제학의 이론을 접목시킨 연구의 시작은 바로 실제 도로망에서 일어나는 운전자들의 행태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도로망이 주어진다면 차들의 평균 이동시간을 최소화하게끔 운전자의 이동경로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일정 부분의 차는 우회를 하는 것이 차들의 전체적 평균 이동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누가 전체적인 소통을 위해서 돌아간단 말인가? 일각이 여삼추와 같은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뜩이나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스스로 우회도로를 선택할 사람은 거의 없다.

“각 개별 운전자들은 우회하지 않고 최단거리를 선택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최단거리를 선택하는 차가 많을수록 교통체증으로 인한 이동시간은 급격히 증가하며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차의 이동시간을 증가시키고 결국 개개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하지만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 기존의 게임이론의 본질이다.”

실제로, 정 교수 연구팀은 영국 런던, 미국 보스턴, 뉴욕 등과 같이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망의 정보를 구해서 운전자들이 출발점으로부터 도착점까지 자신의 이익 혹은 사회 전체의 이익 중 하나를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운행을 한다고 가정하고 도착까지의 소요시간을 계산, 비교했다.


물리학으로 밝힌 게임이론의 본질

그 결과, 신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출퇴근 시간에 매일 겪는 고통의 원인이기도 했다.

“기존의 이론 연구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운행방법들이 있는데도 불구, 모든 운전자들은 개개인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결국 전체의 운행시간을 지체시키고 나아가 교통체증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를 게임이론에서의 내쉬평형이라 부른다. 좋은 운행방법이란? 바로 운전자 전체의 평균 운행시간을 가장 작게 만드는 것 즉, 사회 전체의 이익을 최대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 교수 연구팀은 어떤 도로의 경우, 폐쇄시키면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운행시간이 단축되는 ‘반직관적 역설(Braess paradox)’도 실제로 모든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잘못 계획된 무분별한 도로 확장이나 건설은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모든 차들은 자신이 만족하는 내쉬 평형을 향해 달린다. 하지만 연구 결과, 내쉬평형은 도로망의 설계에 영향을 받게 된다. 도로 건설이 오히려 심한 교통체증을 유발시키는 것. 연구팀은 보스톤, 뉴욕과 런던의 도로망에서 이런 비효율성이 30%까지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평소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잘 통제된 상태에선 20 여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우리 연구팀은 잘못된 설계로 교통체증을 심화시키는 도로들을 세계의 주요도시 도로망에서 찾아냈다. 이런 도로들은 도로 건설이 항상 교통상태를 향상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건설시 설계의 신중성을 요구한다. 한편으로 잘 구축된 도로망 인프라는 사회의 비효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문의 제1저자인 윤혜진 연구원은 “이 연구에선 주로 도로망을 다루었지만 연구 결과는 P2P나 Job scheduling network, 인터넷 등 상호작용하는 객체들이 구성하는 망이면 어디에나 적용가능하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운전자들의 이런 속성, 나아가 사람들의 행위적 속성을 ‘합리적 자기중심주의’라고 불렀다. 인간에 내재된 ‘합리적 자기중심주의’는 운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알게 모르게 이는 전체사회의 비효율을 양산해낸다는 것이다.

게임이론, 합리적 자기중심주의 등 경제학에서 다루는 이슈를 물리학의 동역학으로 밝힌 이 논문은 올 9월 13일자 세계적 경제지 ‘이코노미스트誌(Economist)’지에 과학기술 이슈논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