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교통정체 속 신호등” 준법정신 강조

[제53회 법의날 기념식](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53회 법의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양승태 대법원장, 김현웅 법무부장관, 김수남 검찰총장. <이승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포커스뉴스)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은 교통정체 속 신호등”이라며 시민과 법조인들의 준법정신을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52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준법정신을 신호등에 빗대며 이같이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해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의 대립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법치주의를 통한 마찰과 분쟁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집단의 힘이나 왜곡된 여론몰이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신호등의 위치를 바꾸거나 신호를 무시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험과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빗대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호등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그 신호를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법조인들 역시 적법 절차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 공정한 법의 정신이 평등하게 적용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이 규정하는 바가 비록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와 다르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만을 강변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실현에 장애가 된다”면서 “법조인들 먼저 법의 적용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이 법에 대해 신뢰하고 존중하게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양승태 대법원장 인사말 전문.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제정된 지 벌써 반세기가 넘은 ‘법의 날’을 기념하면서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진작하여 사회 전반에 법치주의 원리가 구현되게 하자는 염원을 안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가치로서, 자의적인 권력이나 개인적 의지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따른 공정하고 객관적인 규범에 의해 통치되는 체제를 의미합니다.

흔히 법치주의가 정착되려면 사회 전반에 법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확고한 준법의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준법의식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제정되고 적용되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엄정하고도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입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실체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출발점이요, 법의 집행 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고히 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종착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법조인 여러분!
현대 사회가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치주의 원리가 더욱 강조되면서, 법조인들이 담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역할 또한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법치주의의 출발점인 법률의 제정 단계로부터 분쟁을 해결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풍부한 이론적・실무적 경험을 가진 법률전문가인 법조인들의 많은 연구와 깊은 고민, 그리고 적극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자세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법이 만들어진 이후 운용되는 과정에서 법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형성되지 못하면, 법치주의의 구현은 머나먼 과제가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법의 집행 과정을 주로 담당하는 우리 법조인들은 원칙을 벗어남이 없이 일관성 있게 법을 해석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해야 함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법이 규정하는 바가 비록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와 다르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만을 강변하며 법을 곡해하는 것은 법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켜 궁극적으로 법치주의의 실현에 장애가 될 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법조인들부터 법의 적용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는 한편, 이에 대한 불복 과정에서도 법이 정한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일 때, 법조 직역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생기고, 그것이 법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법조인 여러분!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를 조성하고,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교통 정체 속에서도 아무런 사고 없이 모두가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신호등’의 역할이 바로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호등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해당 구역을 지나는 시민 모두가 그 신호를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아무리 신호등의 위치나 신호의 간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의로 신호등의 위치를 바꾸거나 신호를 무시하는 행위는 자신은 물론 그 신호등을 준수하는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큰 위험과 사고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더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계층 간의 갈등이나 집단적 이해관계의 대립이 증가함에 따라 분쟁의 종류와 양상도 복잡하고 격렬해지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분쟁해결을 모색하기 보다는, 집단의 힘을 빌리거나 왜곡된 여론몰이를 통한 부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음은 매우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차량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고 서로 먼저 교차로를 지나가려고 돌진하는 것처럼 많은 사고와 혼란을 야기하여 우리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무너뜨리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와 같은 시도에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적 마찰과 분쟁이 모두 적법한 절차를 통하여 해소되어야 한다는 기풍을 확립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법조인들은 모두 법치주의 이념을 철저히 인식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에 최선을 다하며, 각자의 직역 내부에서, 그리고 직역 상호간에서, 나아가서는 국민들과도 진정 어린 소통과 교감을 통해 그 이념을 진작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하여 적법 절차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 공정한 법의 정신이 평등하게 적용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다 함께 힘을 모읍시다. 그리하여 법치주의 정신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고,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된 사회로 도약될 때,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법의 날’을 기념하는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신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기념사에 갈음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