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이유 외면한 채 교통 체증만 부각한 조선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진행한 집회를 ‘인근 상권에 피해’를 끼치고 ‘교통지옥’을 유발한 ‘아수라장’으로 규정했다. 이를 부각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선일보는 “미리 집회를 신고한 시위는 합법이라 하더라도, 도로변에 줄지어 선 전세버스들은 모두 불법 아니냐”, “퇴근길 시민의 불편쯤은 그냥 감수하라는 거냐”는 퇴근길 직장인들의 분노를 상세히 소개했다.

교통 불편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지적에 이어 나온 것은 거리를 더럽힌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농성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깔고 앉아 김밥·어묵 등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광경이 자주 목격”됐으며 “금연 구역인 서울광장과 세종대로 인도에서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담배를 피웠”고 “시위가 마무리된 이날 자정쯤 서울광장과 세종대로 인도에는 빈 소주병과 김밥 포장지, 담배꽁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시청 인근 식당에선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며 상권의 피해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은 <역시 시위대 싣고 온 버스 수십대, 도로 2~3개 차선 막아…퇴근차량과 뒤섞여 교통지옥>, <일부 시위대 술판·쓰레기 몸살>, <시청 인근 식당 예약취소 소동… 시민들 “경찰은 뭐하나” 분통> 등의 소제목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집회 전반을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상황을 살펴 쓴 것 같은 이 보도에는 정작 집회를 하는 이들의 요구조건이나 실제 집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가 담겨있지 않다. 이번 집회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요구한 것은 원청 건설사 직고용을 통해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 잦은 타워크레인 재해 등을 막자는 것 등이었다. 전반적으로 해당 업종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민중총궐기를 비롯해 각종 집회현장에 대해 그간 조선일보는 ‘집회를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을 위한 기사를 써 왔다. 심지어 이 기사들은 날짜, 집회 이유, 집회 단체가 다 달라도 전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제발 자기복제는 그만 좀 하고 취재를 해라.

■ 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7/8) 

‧ 동아일보 <“3-5-10 규정, 현실선 지키기 쉽지않아” 축산농-식당 한숨>(7/8, 3면, 김성모·이호재·한우신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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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그간 <김영란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 기획을 통해, 말 그대로 김영란법의 수정 보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해당 기획의 이전 보도까지는 도덕사찰 가능성이나 위헌 여부, 법 자체의 모호성, 법 적용 대상 등에 대해 이야기하던 동아일보가, 8일자 지면에 이르러서는 ‘김영란법의 상한액이 너무 낮아 관련 산업이 피해를 입고, 나아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기존 조선일보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나섰다.

이를테면 주장의 근거로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망하는 업체가 쏟아질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주로 들거나, 농협·수협중앙회 등이 별도의 검증 없이 ‘주장’하고 있는 피해액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도 대표적인 피해 업종들이 예상과 달리,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고, 선물 수요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국민권익위원회의 현대경제연구원 발주 용역 보고서 내용은 일체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조선일보가 했던 그대로 ‘5만 원에 맞춰 선물세트 만들기’까지 똑같이 따라한다. 이쯤 되면 동아일보의 이 보도는 조선일보가 내놓은 과거 김영란법 보도의 ‘리폼’ 버전으로까지 보인다. 물론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에 비해 ‘고쳐서 쓰자’는 주장에 힘을 좀 더 싣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두 신문 모두 기본적으로 농어민과 소상공인들을 팔아, 선물을 주고받는 기득권층의 의식 수준에 맞춰 그들의 이해와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보도를 내놨다.

한편 지난 7일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을 불완전한 법이라 강조하며, 적용대상에서 언론인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이 불완전하니 ‘조금 고쳐서 써보자’는 동아일보의 최근 주장과 매우 닮았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의원이 내놓은 법안과 같은 내용을 풀기 위해 조선일보 보도를 리폼한 동아일보. 이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소울메이트일지도 모른다.

‧ 조선일보 <이슈마당/누가, 어떻게, 언제까지 정할 건지 일정부터 밝혀라>(7/8, 37면) 

한정규 문학평론가와 민동기 저술가가 쓴 두 개의 칼럼이 한 제목 아래 묶여 있다. 이 보도의 소제목은 <조선일보가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다. 어쨌거나 내용은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주장을 펼치며 쏟아내는 발언들이 황당하다.

한정규 문학평론가는 <100가지 넘는 특혜가 ‘갑질’과 의혹만 잉태>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화끈하게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 등 100가지가 넘는” “특권이 있어서” 국회가 “늘 불법과 말썽과 의혹투성이”인 것 같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한 평론가의 주장은 실제로는 그 인과관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해당 특권이 애초 왜 주어졌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조금도 없다. 때문에 이런 주장은 그저 정치혐오 정서에 기대 ‘특권을 버리라’고 구호를 외치는 것에 가깝다.

“‘갑질’과 거짓말을 일삼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 현실”이며 “지난 19대 국회는 헌정사에 남을 정도로 무능과 거짓의 표본”이었으며, “세계가 초긴장 상태인데 우리 국회만 한가롭게 ‘뭔박’이니 ‘뭔노’니 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식의 직접적인 정치 혐오성 발언 역시 빠지지 않는다.

민동기 저술가는 <의원들 단독은 안 돼…각계 참여 공동위를>를 통해 현실적 방안이라며 “보좌관은 두세 명으로 줄여야 한다. 둘째, 불체포 특권을 없애라. 셋째, 공항이나 의사당에서 의원 전용통로를 없애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이것 역시 각종 비리를 척결하는 것과는 별다른 연관관계가 없는, 정치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일 뿐이다.

게다가 민 저술가는 이런 주장을 펼치면서 뜬금없이 “우리나라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집단이 여럿 있다. 첫째가 국회, 둘째가 법조계, 셋째가 노동계이다. 국회가 첫손 꼽히는 이유는 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무조건 반대를 일삼고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재벌과 정부는 지금까지 터진 비리 문제만 봐도 노동계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압도하는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수준 미달인 주장을 지면에 내놔야 할 정도로 기사가 궁하다면, 취재를 좀 해보는 게 어떨까?

‧ 조선일보 <프로 선수 사생활>(7/8, 38면, 민학수 논설위원) 

조선일보 민학수 논설위원이 전일 동아일보의 강정호 선수 관련 보도에 감명을 받았는지, 유사한 내용을 담은 칼럼을 내놨다. 해당 칼럼은 “스포츠 스타들은 성적(性的) 일탈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사례로 채워져있다. 그런데 “이런 스타들의 돈을 보고 꼬여드는 꽃뱀들도 있다”는 내용이나 미국에서는 특히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무너지는 한국 선수가 적지 않”은 반면 국내 프로팀에서는 “통행금지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밤에 숙소에 이성을 불러들이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민 위원의 설명은 전일 동아일보의 <美 “선수 사생활 존중” 韓 “단체생활 준수”>(7/7, 26면, 황규인 기자, http://me2.do/57vIOWtx)에 등장했던 바로 그 내용이다.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선수를 언급하면서 각종 ‘성적 일탈’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종함’과 행위를 강제하는 범죄는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대상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바닥에 꽃뱀이 많다거나 미국 가니 시간이 많아서 그런다는 주장 역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 조선일보 <태평로/끝나지 않은 말뫼의 눈물>(7/8, 39면, 최유식 국제부장, ) 

조선일보 최유식 국제부장은 ‘말뫼의 눈물’을 언급하며 “우리 조선업도 위기를 겪고 있”으니 “말뫼의 전철을 밟지”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곧바로 “우리 조선업은 2000년대 호황기에 쌓인 적잖은 과잉 인력이 있”으며 “노조는 이런 인력 정리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말뫼의 눈물 재현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말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협조 뿐인걸까? 물론 최 부장은 노조에 대한 요구에 이어 “검찰 수사도 환부만 도려내는 정밀 외과 수술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한 마디 덧붙이긴 한다. 그렇지만 사실 검찰은 구조조정의 당사자가 아니니, 이런 주장은 사실상 하나마나한 일반론일 뿐이다. 대체 정부와 해당 기업의 책임과 역할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중앙일보 <단독/”베끼기” 공세 손혜원 회사서 만든 이불 상표 6년전 패소> (7/8, 6면, 강태화 기자)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과거 ‘상표 표절이력’을 지적하는 단독 보도를 내놨다. 해당 기사는 도입부와 제목에서 모두 손 의원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라는 국가브랜드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해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 표절을 한 손 위원이 국가브랜드의 표절을 지적할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는 내용인 셈이다.

실제 이 기사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라는 새로운 국가브랜드가 ‘프랑스의 캠페인 도안(CREATIVE FRANCE)의 표절’이라고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대표로 있던 회사가 만든 상표가 표절 논란 끝에 대법원 패소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와 관련한 내용은 “이런 가운데 국가브랜드 표절 논란과 35억원을 들인 결과물에 대한 혹평이 새누리당에서도 나왔다”는 식으로 기사 마지막 문단에도 반복된다.

해당 기사의 온라인판에서는 “새 국가 브랜드인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프랑스 캠페인 ‘크레아티브 프랑스’를 베꼈다는 것입니다. 흔히 쓰는 단어이고 태극기 색상을 사용해 표절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투표까지 진행되고 있다.

손 위원이 실제 표절을 했는지 여부는 사실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작성한 이 보도의 문제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중앙일보가 ‘메신저에 대한 공격’이라는 방식으로 사실상 국가브랜드 표절이라는 황당한 사건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기사 말미에 마치 논란 자체를 무시할 생각은 없다는 듯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국가를 상징하고 이미지를 제고할 더 좋은 표현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소개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 시점과 그 내용으로 인해 이 기사의 뻔한 의도는 숨겨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서 결국 국가 망신을 시킨 국가브랜드 표절 문제와 사기업의 상표 표절 의혹을 같은 층위에 놓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신문 보도(7/8) : 없음

■ 민언련 오늘의 강추 신문 보도들(7/8)

· 경향신문 <현대삼호중, 비정규직만 작업 전 스마트폰 반납 강요> (7/8, 10면, 김지환 기자) 

경향신문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안전사고 예방’을 명분으로” “노동조합이 있는 원청 정규직”을 제외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스마트폰”을 강제 수거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이 같은 스마트폰 미휴대 정책이 오히려 안전사고 대응을 늦추는 전시성 대책이라는 측면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측면에서 모두 문제적임을 지적했다.

■ 민언련 오늘의 ‘은폐가 의심되는 무보도'(7/8)

·철도노조 철도민영화 계획 백지화 요구 기자회견, 경향만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과 KTX민영화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민영화 계획에 대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 뿐이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보도하지 않았다.